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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학부모들 “왓츠앱 단톡방은 지옥”…끊이지 않는 알림과 소문에 피로감

뉴욕시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 학교 관련 WhatsApp 단체 채팅방이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왓츠앱은 한국의 카톡과 같은 채팅앱인데요. 학교 소식 공유를 넘어 소문과 불만이 넘치는 이 채팅방 문화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리포트:

뉴욕시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자녀 학교의 WhatsApp 단체 채팅방에 대해 “지옥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메시지가 쏟아지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겨우 내용을 훑어볼 뿐이라는 그는 이름을 밝히길 꺼렸습니다. 자녀의 학교 공동체와의 마찰을 우려해서입니다.


이러한 단체 채팅방은 팬데믹 시기 이메일 대신 부모들 간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뉴욕 전역 수천 명의 학부모들이 경험하는 정보 과잉의 공간이 됐습니다. 일부는 한 반을 넘어서 학년 전체가 포함된 대규모 채팅방으로 확장돼, 브루클린텍의 경우 1,500명의 9학년 학생 중 350명 이상의 학부모가 한 채팅방에 모여 있습니다.


단체 채팅방은 원래 소풍 준비나 졸업식 안내, 교사 선물 모금처럼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험 점수와 교내 소문, 교사 평가, 때로는 학교와 무관한 이야기까지 끊임없이 오갑니다.


브루클린의 한 학부모는 자녀 반에서 발생한 이 머리 이의 확산 소식에 채팅방이 두 시간 넘게 메시지로 폭주했다며 피로감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하루에 100개 이상의 메시지가 쌓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메시지들이 부모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증폭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메일, 학교 포털 알림, 교사 연락 등에 더해 채팅방까지 확인해야 하면서 정신적인 여유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팬데믹 시기 채팅방을 시작했다가 결국 탈퇴했다는 학부모 르네 수퍼 씨는 “이미 충분히 못 하고 있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채팅방은 그 부담을 더 크게 만든다”며 “끝없는 기대 목록을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심리치료사이자 저자인 낸시 콜리어 씨는 이러한 현상이 ‘아이의 모든 순간에 개입해야 한다’는 문화적 압박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합니다. 그는 “이 모든 개입이 결국 부모에게는 불안, 불면, 정신적 탈진으로 이어지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채팅방은 특히 교사에 대한 평가와 불만 제기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교사의 숙제 양이나 성격을 묻는 질문에서 시작된 대화가, 어느새 교장이나 교감에게 공식 항의를 하자는 흐름으로 번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채팅방에 대한 명확한 사용 지침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영국이나 호주의 일부 학교들은 ‘가십 삼가’, ‘과도한 메시지 자제’ 등의 지침을 내놓기도 했지만, 뉴욕에서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아무런 안내 없이 채팅방에 참여하게 됩니다.


뉴욕시 교사노조(UFT) 대변인은 구두 지침은 전달된 적 있으나 공식 문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교사들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나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UFT 교육정책 담당자 크리스티나 콜린스 씨는 “학부모의 교육 참여는 중요하지만, 왓츠앱 등을 통한 무분별한 관여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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